후기_문화생활

지금부터 예.전. 욕을 하겠습니다

그것_ 2025. 1. 13. 03:53

일기장이니까

이렇게 썼어요

예전...그러니까 서초에 있는 예술의 전당이죠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저 친구들이랑 일정을 상의해서 반 고흐 원화를 전시한다길래 냅다 예약했고, 유화 전시가 있다길래 또 냅다 얼리버드를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퓰리처 사진전도 갔다왔습죠(물론 저는 얼리버드 까먹고 그냥 현장 결제함)

 

일단 총평

 

반 고흐 전시 0.5/5

카라바조 전시 4.5/5

퓰리처 사진전 1/5

 

가장 큰 문제

모든 전시를 작품 때문에 별점을 깎진 않았다는 겁니다

(아니 물론 너 따위가 뭔데 평가하냐 하면 소비자니까요 갸웃 이런 대답밖에 못하긴 합니다 일개 소비자니까...)

 

새벽의 힘을 빌려...나중에는 비공개로 돌릴 듯

 

 

 

 

 

1

 

사람 관리가 전혀 안돼요(지금부터 스압 주의)

 

반 고흐전은 정말로 사람이 많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신기록 찍은 거 같습니다

물론 옛날에 대구 미술관에서도, 대구 간송미술관에서도, 국중박도, 더현대도, 그 외 유명세 탄 전시는 모두 죽은 눈으로 돌아다녔죠

와 근데 예전의 모든 전시는 정말정말 사람이 많아요 그냥 많아요

오죽하면 반 고흐전은 웨이팅을 2번 해야한다는 말도 있었음(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그러하다)

 

아니 뭐~사람 많은 건 당연하죠 한국 가장 노른자 땅에서 사람들이 가장 흥미있을 키워드를 잘 뽑은 전시들을 하잖아요

근데 왜 사람 관리를 안하는 지 그게 의문이었음

 

세 전시의 공통점은 '자유 관람'이기에 어떻게 줄을 서도 제지가 들어오지 않아요

즉 동선이 분명한 구성의 전시에서 자유 관람이라는 명목하에 사람들을 방목하고 새치기하는 것을 냅둡니다

내부에 사람이 적당하면 납득이 가능하죠

그런데 내부 인원을 파악하는 거 같지도 않고...그냥 사람들을 들여보냄

그렇게 바깥에서 줄 빨리 줄어든다고 신난 상태로 들어오면 내부에서 영원한 줄을 서는 것임

 

심지어 반 고흐전은 모든 줄이 2중 3중이었는데다가 정체 구간이 항상 있음

그냥 거기서 죽은 눈을 하는 것임...

퓰리처 사진전도 여기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어요 굉장히 동선이 구불구불합니다 그럼 무슨 말이냐? 모서리마다 사람들이 정체되어있음

반경 1미터 가량에 작품도 없는 시뻘건 벽을 옆에 두고...그렇게...멍하니...

카라바조 전시는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좋아서 사람 없이 여유롭게 봤지

분명 낮 시간에 갔으면 다른 전시와 똑같았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거기도 입구 보니까 반 고흐전처럼 전시 입장 카톡 웨이팅이 있더라고

 

그리고 내부의 사람들이 모두 욕을 함

그 욕은 주최 측을 향한 비난일 수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원망일 수도

그저 상황에 대한 한탄일 수도 있음

그러나 모두 빡침에 기반한 말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요

나도 해서 알아

 

반 고흐전은 원화다보니 사람들이 가까이서 보고 싶어해요 특히 고흐는 물감을 두텁게 쓰니까 그 음영이 훨씬 잘 보인단 말이죠

그래서 갑자기 뒤에서 목 빼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요

그 사람들은 전혀 줄을 신경쓰지 않고 돌아다녀요

왜냐면 자유 관람이잖아? 그래도 되는 거에요 주최 측에서 허용을 했으니까

그럼 그냥 줄 서서 보는 사람들은? 불만 게이지가 차오르는 거죠

돈은 냈는데 재입장도 불가하니 들어온 김에 다 봐야하는데? 줄 서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빠지지도 않고

과장 좀 섞어서 출퇴근길 지하철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 정도로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 쌓여있어요

 

가장 의아했던 건 자유 관람이 정말로 인건비 절감 외 목적이 있었다면 전시 동선도 그에 따라야 했을텐데

동선은 분명히 순서가 있어요 와중에

반 고흐는 일생을 따라갔고 퓰리처 사진전은 연도 별로 정렬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사람들은 줄을 설텐데...글쎄요 정말 생각을 못했을까요

그냥...게을렀던 거지

 

그래서 오늘 퓰리처 사진전을 보는 내내 이게 전시 주최의 문제인가...공간을 대여하는 예전의 문제인가...고민을 했어요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건 별점. 안경 척.하는 거 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사회인으로써 이 분노를 사회에 내비쳐봤자 득되는 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정체될 때마다 예전에 이 비판을 어떻게 전달하지라는 일념만 가득한 채로 구글 검색만 했답니다

 

검색 기록 캡처본의 일부이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예술의 전당 고객센터
예술의 전당
예술의 전당 불만 제기
예술의 전당 불만
예술의 전당 클레임
당시 검색한 내용

 

인터넷에 글을 올릴 방도가 없는 것을 확인한 제가 결국 선택한 것은 보시다시피 음습하게 티스토리 개인 블로그에 불평하기랍니다

하하하 예술의 전당놈들아 영원히 모르겠지! 검색하더라도 이런 방구석 블로그는 안 뜰 테니까!

보더라도 무시하겠지! 나는 부르주아 층도 아닐 뿐더러 몇 번 거쳐갈 일개 소비자에 불과하니까!

그래도 일요일인데 고객센터에 전화까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이 전시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걍 안 가고 말지

 

 

 

 

 

2

 

아니 설명이 왜 다 그런 식이에요?

 

나는 진짜 반 고흐전보고 진심으로 글을 쓴 누군가가 반 고흐라는 인물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스러웠어

그리고 퓰리처 사진전? 도대체 어떤 전시가 자기들이 내세우는 부제를 작품 제목보다 더 크게 보여주는 거야?

 

유료 오디오 도슨트가 있는데 그것도 충분하진 않던데

그 때 당시 사회 상황을 나타낸다 -> 그 사회 상황이 뭔지 알려주지 않음 -> 나 : 이게...설명?

심지어 나는 결제도 했는데 중간에 튕겨서 그냥 돈만 날린 사람 됨

친구 거 빌려서 봄

귀찮아서 환불도 안 함

 

 

 

2-1

 

아니 어디서부터 이야기할 지 감도 안 옴
그리고 이 전시를 처음 보는 사람은 고흐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할 지? 그것도 고려 안 한 거 같고

 

설명에 따르면 반 고흐는 그냥 거듭 실패만 하고 사람 좋아서 쫓아 다니다가 정신병 때문에 불쌍하게 간 사람으로만 비춰져요

비약이라고? 아니 거기 문장에 '마치 그의 암울한 미래를 비추는 듯' / '(대충 귀를 잘랐다는 설명) 정신병 초기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런 설명이 제일 첫번째 공간에 있어요

좀 더 가면 뭐가 나오냐면 어떤 장소를 선택한 이유로 '그 장소의 여인들이 매력적이어서'를 꼽음

아니 뭐 어떻게 정신병 초기에 귀를 자르냐 이런 이문은 넘어갑시다 애초에 말도 안 되니까

 

그런데 반 고흐가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싸웠다는 내용과,

고갱이 온다는 소식에 해바라기를 그렸던 내용과,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아몬드 나무를 그린 일,

정신 병원에서도 정원의 붓꽃을 그리며 삶의 희망을 그렸다는 내용은 일절 없어요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그림들이 원화가 없어서 화난 게 아님

그 그림들이 왜 유명해졌는지 그걸 통해서 반 고흐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지 않아요

 

나는 이 전시에서 이게 제일 화났어

내가 제일 좋아했던 그림은 아몬드 나무란 말이야

그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카에 대한 애정을 그림으로 풀어내서란 말이에요

 

반 고흐라는 사람은 광부들의 신발을 그리고 농민들이 감자 먹는 모습을 그리며 동료 시민들을 바라보고

본인의 사랑을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풀어냈기에 좋아하는 작가란 말이죠

 

작품은 작가의 어떤 편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의 방식으로 보는 사람에게 건네는 게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에 설명이 중요한 거죠

모르는 사람에게 온 편지잖아요 어떤 사람에게 왔는지, 그래서 이 편지의 내용은 무엇일 지 방향성을 정해주니까요

반 고흐의 편지에는 어떤 말들이 적혀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전시를 본 사람들이, 반 고흐의 편지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까요?

 

 

 

2-2

 

가장 의아한 점

왜 제목이 가장 밑에, 작게 표시 되어있는 거죠?

사진 작가가 그 제목을 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텐데

제목이 차지할 법한 최상단 자리, 굵음 처리, 폰트 크기는 주최 측에서 붙인 부제가 차지하고 있었음

근데 그 부제가 잘 적혔나? 아니...그것도 아닌 거 같은데

극우 지지자가 진보 정당 정치인을 살해하는 일본의 사건 사진을 보고...'~~의 사무라이' 라는 제목을 붙인 것만 보더라도

이 부제의 신뢰는...바닥에 처박히다 못해 멘틀의 온도에 녹았을텐데

아니 무엇보다 퓰리처 사진전에...저런 제목을?

 

보이시나요? 모든 문장이 의문으로 끝나요

제 가방끈이 너무나도 짧은 지라 고흐전처럼 화를 낼 수는 없으나...의문점은 분명히 너무나도 많단 말이죠

 

 

 

 

 

작품들은 좋았어요

다만 그 작품을 둘러싼 작품 외의 모든 것들에 물음표가 따라다녔어요

도대체 여기서 문화 예술을...향유? 한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 건지? 의문이 떠올랐어요

그냥 유명하고 예쁘면 된 건가? 이건 분명 작가들에게 모욕적인 태도일텐데

반 고흐전과 퓰리처 사진전엔 아이들도 간간히 보였는데요

아이들이 이 전시들을 보고 배워야할 건 무엇인지? 그걸 의도적으로 편집하고 있는 게 아닌지? 그리고 그게 과연 최선인건지?

 

이 글은 오로지 욕.만 하기 위해

아니 보세요 지금 내가 잠도 안 자고 글을 쓰는 이유가 뭐겠어요 아쉬워요

나는 분명 그 작품들을 더 좋은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을 거라고

무튼 이 글은 오로지 화를 내기 위해 쓴 글이고...저를 위한 토크쇼랍니다

그래서 좋았던 점(카라바조 전시)는 여기서 언급이 특히 적어요

카라바조 전시는 타이밍 좋게 가서 사람들도 없었고 작품들은 물론 좋거니와 빛 방향 맞춰서 조명 연출한 것도 설명도 괜찮았거든요

오로지 부족한 건 나(무교)의 성경 지식과 카라바조의 인성 뿐이었죠

 

무튼...욕을 좀 해봤어요...~

변호사 분이 욕할 거면 대상이 특정되지 않게 하라는데

망했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