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스포_있음, 신성모독_주의)
본투비 투덜이 스머펫으로 어째 매번 후기 글마다 악플 팔만대장경판을 쓰는 거 같고
아님 화를 내는 거 같은데요
놀랍게도 저도 좋아하는 것이 있답니다
다만 진짜 과도한 씹덕...의 영역이기에 안보이는 것 뿐이에요
하하
그리고 저는 현실과 맞닿으면 보통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배우가 있다던가, 3D라던가, 판타지 요소 없는 현실물이라던가...진짜 씹덕같네요
(친구들 예상반응 : 너 씹덕 맞아)
저는 어릴 때부터 종교를 좀 척지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오타쿠 예절 교육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가톨릭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holy 천사와 악마...칠대죄와 칠대선...미카엘 루시퍼 릴리트 등등 간지나는 이름들!
오타쿠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가톨릭 요소들은 거부감이 덜해졌답니다(Thanks to Supernatural)
특히 제가 좋아하는 게 뭐였냐면, 현실 종교에서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서 느낀 괴리를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하거나 꼬집는 (어쩌면 신성모독적인) 창작물을 좋아하는데요(Thanks to Supernatural Again)
레이디 가가, 수퍼내추럴 등...대충 종교인들이 욕하는 종교 창작물을 좋아합니다
2025년에 이런 저를 위한 영화가 나왔더라고요

미키 17을 보고 투머치교미라며 절규에 울부짖던 돌떤여자가
이 영화를 보고
이게 영화지예.
를 한 50번 넘게 말하는 것을 보고,
또 롯데시네마 웹을 뒤적거리다가 당시 1위가 미키 17 2위가 콘클라베인 걸 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사실 처음에 포스터 봤을 때는 음...추기경만 나오는 데 재밌을까? 라는 생각.
두 번째는 제가
종교가 소재인 걸 좋아하면서도
종교를 선해하고 이에 맹목적이거나...무튼 "신실한" 캐릭터가 나오면 바로. 꺼버리는 습성.이 있어.
저기 다 신실해야 하는 직업군이라...거부감도 좀 느껴졌습니다
이때까진 몰랐어요
제 인생에 5점 만점짜리 영화가 뜰 줄은...
원래 1회만 보고 땡 치려 했는데(후기 쓸 생각조차 없었음)
1회 끝나자마자. 어떤 도파민이 치솟았고요
하...이 영화는 감히 1회차로 후기를 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하고 2회차를 예매했습니다
2회차 때는 옆 자리 사람이 상당히 매너가 좋지 않았어요
저는 어쩌면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볼 마지막 기회인데...이런 나쁜 기억을 안고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2회차 끝나고 나서도
이 영화는...소장을 하고(ㅋㅋ) 계속 1초 단위로 뜯어봐야겠다. 했던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가 그 정도인가? 했을 때 사람들 반응이 평균 3점? 정도인 거 봐선 아닌 거 같고요
가톨릭에 드랍 더 마이크 했다는 점에서+위에 얘기한 제 취향과+한 컷 한 컷 빠지지 않는 미쟝센의 향연으로
저는 5점을 주게 되었습니다
아 또 보고싶네요
잡도리가 길었으니 슬슬 드가께요
아.
이전엔 좀 스토리 위주류 이야기를 했?었지만
이번엔 좀 이것더것 분산되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쓰다보니 인물에 집중하게 되어서 스토리대로 이야기하기가 힘들군요...
스포주의
하 이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잘못된 스포를 밟아서 우리의 주인공 로렌스가 교황이 될 줄 알았기 때문이에요
애인도 이야기가 뻔했다...라는 평을 남겼고
주변 모든 이가 이야기의 '뻔함'에 동의를 하였으나
저는 철썩같이 잘못된 스포를 믿고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초반 : 이 병약한 할아비가 어떻게 교황을?!
중반 : 이 번아웃 할아비가 어떻게 교황을?!
후반 : 이 멘헤라 할아비가 드디어 욕망을?!
결말 : (아무도 준 적 없는)반전의 쾌감!!!!!!
이 꼬라지였습니다
심지어 애인은 초반부터 퀴어코드를 느꼈고 영화에서 서술하지 않은, 로렌스의 퀴어적 성향도 눈치챘더라고요
나 : 와미친로렌스가어떻게교황이될까
영화 : 아니라고요
잘 만든 영화가 무엇이냐? 정말 클리셰를 비틀고 비틀어서 사람들을 당혹시켜야하나?
하지만 이렇게 하다 관객의 설득에 실패하고 이도저도 아니게 될 위험성이 크죠
이 영화는 봉건적으로 이야기를 쌓아올려요
차근차근...
그래서 예상이 쉽고요, 그래서 탄탄하고 설득력있다고 느꼈어요
-
사실 시작 때 이제 교황이 서거하시고...추기경들이 우르르 나오는데
저는 정말 인물이 분간이 되지 않았어요
뉘가 뉘여...하고 이제 턱 괴고 본 지 15분 됐나?
이제 주인공이 정신병 ON!!하는 순간에야
아. 당신이 주인공이시군요? 하고 따라갔습니다
심지어 주인공 뒷모습 나올 때마다
음. 우리의 주인공이 이렇게 머리숱이 많을 리 없다.를 시전하며 누군지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두 번째 보니까 참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유력한 추기경 후보였던 아데예미, 트...트 뭐였지 트랑블레, 벨리니가 모두 나오면서
아!!!얘네가 여기서부터 나왔구나!!!했습니다
우리의? 그들의 테데스코는 후에 견제 받는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모습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더라고요
눈도 마주치면 안 될 미친 꼴보수 할애비라 임팩트는 강하지만...
무튼 이제...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인물 분간이 안갔으니까)
오만 행동을 다 합니다
당시 모태 무교에 신성모독을 즐기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됐엇어요 교황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알아내면 안되니까 보안창을 하고
아예 성당에 뭘 하고...싶더라고요
지금은 실제 콘클라베를 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끼치는 영향을 보면서 생각이 바꼈습니다
이제 속속들이 추기경이 도착하는데
그 장면에서 벨리니가 나는 교황하기 싫은데~하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고 먼저 든 생각
: 자랑 오져
교황에도 유력 후보가 잇는 걸 몰랐어서 걍 음 자신감 개쩌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미친 걸어다니는 페페론치노가 나타나기 전에
아니 누가 저
시뻘건 망토를
아니
심지어 수퍼맨보다 더 큰 빨간 망토를 걸치고 웃으며 도착하더라고요
우리의 악?역 테데스코가...
웃으면서 인사하는데 하필 직전 애가 벨리니라서
저는 악역은 스트레스 덜 받으니 머리 덜 빠져서 풍성맨인가 싶었습니다
이제 성당의 문이 닫혔습니다
하지만 추기경 베니타스가 도착했습니다
베니타스는 인퀴지레라는 특수한 유형으로 왔는데요
이전 교황이 비밀스레 추천했고, 가장 평범한 복장으로 곤히 자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베니타스가 가진 난민의 모습 그대로 보여서 좋았어요
밝은 실내와 대비되는 어두운 톤의 옷, 위협적이지 않음에도 앞을 가로막는 쇠창살, 그 너머로 경계하는 사람들.
타데스코, 아데예미를 견제하며 콘클라베 시작 전, 벨리니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수녀, 난민, 타종교, 퀴어들을 존중하겠다고.
그리고 다른 벨리니 지지자는 표를 얻기 위해 수녀 쪽 내용은 빼자고 하죠(진짜 ㅁㅈㄷ같지 않습니까 이 부분)
타데스코는 추기경들의 언어가 다양하다는 것을 들어 정통파로 오라는 듯 로렌스에게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유력 후보들이 허용 여부를 놓고 싸우는 내용들을 베니타스는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는 분이 이렇게 설명하더라고요
신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가장 평범하고 낮은 모습으로 등장을 했고 이런 해석도 있지만
가톨릭은 애초에 간지가 나지 않으면 죽음을 택하는 곳이기에
'인퀴지레'라는 간지만으로도 그는 교황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저는 어느정도 납득했습니다
다른 추기경들의 화려한 십자가와 달리 베니타스는 굉장히 수수한 그 머냐 십자가를 들고 있는데요
그게 예수의 가시관을 뜻하기도 하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추기경이 아닌 등장인물도 있답니다
우리의 쿨워터향 아네스 수녀에요
아니 진심 트위터에서 계속 추기경들은 여고생이구나...이런 모습이 여고생같다...여고생 추기경 이러고 있어소 초반에 모든 할애비들이 여고생으로 보여서 미치는 줄 알았던 한 편
아네스 수녀를 보고
아 인소 남주 포지션인가? 했습니다
(납작 캐해 ㅈㅅ)
북부대공이 아닌 이유는...북부대공은 아무래도 추기경들 상차림 체크하고 하진 않을테니까요
콘클라베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요
아데예미는 당시 19살이었던 여성과 아이를 낳았는데, 아데예미는 교황 직전까지 갈 정도로 성장하고,
그 여성은 수녀가 되고, 이후 (트랑블레의 잔꾀지만) 콘클라베를 통해 아데예미를 만나 설전을 벌입니다
그렇게 모두를 포용하려 (말은) 했던 밸리니는 '수녀 또한' 포용한다고 공표했는데, 아까도 말했듯 지지자들 중 일부는 수녀는 빼자고 하죠
종교에서 그렇게 배척하는 퀴어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인 수녀를요(물론 둘의 인권에는 순서도 차이도 없습니다)
수녀를 좀 동료로 보기보단 아랫사람으로 보듯하는 느낌...
그래서 그 장면도 있었어요
추기경들이 밝은 곳으로 급히 올라갈 때
수녀들은 어두운 곳으로 급히 내려가는 모습
그래서 베니타스가 '여성기'를 가진 남성패싱 인터섹스인 점이, 여기서도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여성의 신체를 가지고, 퀴어로 분류되며, 여러 소수자의 정체성이 버무려져서 좋았습니다
물론 타데스코가 야 저거 봐라 저 이단들과 우리는 달라야한다 할 때
베니타스가
그래 미필들 얘기 다 했니? 이제 전쟁을 알려주마
하는 부분에서 주장이 조금 설득력이 좀 떨어지는 부분은 있었어요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오히려 조용하게 지나간 것이 어떻게 보면 그의 성격 답기도 하고요
그러나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그 보수적임을 넘어 꼰대적인 종교를 배경으로
천장이 터지는 장면처럼
새키들아 이들도 사람이다 갈!!!
하는 게 영화 메세지라 좋았어요
저는 이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정말 좋았단 말 밖에 못하는...)
제가 위에 종교에 욕먹는 종교물을 좋아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현실 종교에 유감이 꽤 큰 편이거든요
종교인으로서 살아본 적은 없지만, '신실한' 종교인들의 행동에 상당히 많은 회의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는 예수, 붓다, 알라, 그 모든 이들이 결국 이야기하는 건
가장 낮은 곳까지 손길이 닿아야함이 아닌가?
근데이새끼들이빠져가지고아주바나나도혼자못처먹고뭐사회문화업데이트도안되고지잘난줄아는상꼰대돼서떼이잉여자는말이야머라고동성애?!어찌그런불경한이헛소리나지껄이고있고신의대변자들이저꼬라지인데내가잘도신을믿겠다원래아이돌을제일욕처먹이는게팬덤이라는기본적인오타쿠소양도안갖추고신을덕주로삼고있으면이거오타쿠들도못받아들이죠세금이나내시고말좀하세요니네가지금시발예수입니까헤롯입니까자기객관화메타인지좀해보세요
이런 회의요
그래서 종교를 주제로한 영화에
호호 얘들아 쌉소리 stop~우리는 함께 해야해~족.되기 싫으면~
하는 게 좋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끝난 후
실제 콘클라베가 열렸죠
이전까지 무교인으로 살면서 콘클라베는 들어도 보지 못했고, 교황의 무게감도 잘 몰랐어요
로렌스가 베니타스의 이야기를 알고 헐레벌떡 와서
말해주셔야 합니다. 예하는 곧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십니다.
하는 것도 듣고 잉ㅋㅋ글케까지? 하며 시큰둥 했거든요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자에 꾸준히 연락을 했고, 저 바다 건너 미친 새끼도 교황 눈치를 보긴 한대서 힘을 느끼긴 했습니다
그리고 콘클라베가 열렸을 때 영화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하죠
영화의 힘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러나 영화랑 현실은 역시 차이가 있더라고요
영화는 이제...교황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는 치열한 정치싸움을 벌이는데
현실은 하나님 캐해해서 하나님 최애캐를 평생 좃.뺑이치게 만드는 거더라고요
그리고 교황이 선출되었죠
다행히 타데스코는 아니고 미국인 밸리니가 되었더라고요
이만 교황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마무리할게요
이 따위로 써도 될 지 모르겠지만
뭐...성경 이론적으로는 저도 어린 양? 이니 어여삐 봐주시겠죠
그리고 안 봐주셔도 뭐...유감이죠
프란치스코
영면에 잠드소서
당신의 행보에 유구한 존경을 보냅니다
레오 14세
건투를 빕니다
저는 님이 미국인 바이브가 나올 때 즐겁습니다
전쟁에 대해 할 말이 많다 하셨는데
우크라이나랑 러시아보고
야ㅋ바티칸와서 이야기해봐ㅋ
했듯이
가자의 아이들이 일상을 되찾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퀴어들이 숨지 않을 수 있고
노동자들이 그들의 노동에 맞는 대가를 받을 수 있고
난민들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떤 땅에서든 자신이 꾸리는 삶을 가질 수 있디를
사회에 소외된 모든 이들의 빛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