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리거 요소가 있습니다
가정폭력, 자살
지루한 점심시간...뭐하죠 이 귀중한 시간에 감히 일을 할 순 없고 본업 또한 때려치운 채로
간만에 인스타툰이나 그릴까 해서 그리다가...어쩌다보니 보디빌더 전신을 그려야해서(변명할 수 있음.)
현타가 왔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리뷰하려고요
돌떤 여자가 저한테 리뷰 오천자 해달라고 헀는데
지금 리뷰 오천자 해야하는 거 쌓여서 오천 자?는 안할 거 같습니다
모순이란 책
최근에 유행했었죠
다들 한 번씩 읽더라고요? 90년대 소설인데 20년대에 붐이 온 것이 신기합니다
저도 조금 궁금할랑가~하던 차에
돌떤 여자.
양귀자 소설...괜찮지.
모순? 괜찮은 소설이지...를 했습니다
오.
그래서 흥미가 생겨 빌려 읽어봤습니다
참 입소문이라는 게 중요해요~책도 안 읽다가 홀라당 읽었습니다
아는 내용
없음
책을 펼쳤으니 내릴 문은 이제 없고요
읽기 시작했습니다.
...
시작부터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 취준생의 입장으로서
책을 덮었어요
주인공이 사람을 때렸습니다
나보다 어린 사람이 자신의 삶을 너무 쉽게 보냈다며, 이제부터 삶에 열정을 쏟아 붓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90년 대 소설이라지만...저는 가슴이 아팠어요
나는 아직도...그렇게 살고 있는데...
그래서 취직 확정나고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적 국어 교과서를 받으면 제일 먼저 한 것이, 바로 책에 실린 소설 다 읽기 였는데요
그 때 소설을 읽을 때의 느낌을 들었습니다
무언가...장르 소설과는 다른, 어떤 깊이를 계속 내재하고 있거나 그러고자 하는, 어딘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아무리 급박하고 놀라운 소식일지라도 현실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요.
(사실 저는 장르 소설에 익숙해서 그런 걸수도 있습니다)
스포주의
이야기는 안진진이라는 여성 캐릭터로부터 시작됩니다.
쌍둥이지만 결혼에 의해 인생이 달라진 이모와 엄마
행방불명된 아버지
(욕을 안 하고 어떻게 써야할 진 모르겠지만) 철없는 동생
결혼을 염두에 둔 본인
아
벌써부터 장녀 동기화가 이루어져요...
저는 이 소설이 너무 괴로웠어요
뭐 하나 해결되는 것은 없고 아니 뭔 인생을 새로 사는 방식이 결혼이야 진진아 너 남자보는 눈 진짜 1도 없어 그딴 결혼 할 거면 차라리 비혼을 해 제발 이러는 와중에도 극F 김장우를 보며
저 남자의...냄새나는 양말을...빨 수 있을지도...
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래 xx 결혼 해라 해 하고 영원히 서로를 물고빨아 나한테 이제 이야기하지 말고 제발 안 궁금해
아니 물론 내가 30년 정도 미래서 살고 있긴 한데.
다른 게 다 노답이어도 결혼은 너가 선택할 수 있는 거잖아 진진아-!만 외쳤습니다
컨트롤프릭이랑 극F예술맨 중에서 뭘 고민하냐고 너를 선택해야지
제가 돌떤 여자를 위해 포스트잇으로 댓글 적어서 책에 붙이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그냥 내내 진진아 진짜로 결혼 해야겠니? 만 적었던듯요

이모? 는 답답~하긴 한데 나와도 나쁘지않게 볼 만 했고요
어머니? 좀 답답하긴 해 진짜 주위에 있는 사람같고
주리? 하 너무 꽃밭에 있어서 죽창을 꺼내들게 되는데 주리는 지금 미국에 있을 거잖아요? 트럼프로 인해 인생이 지금에야 괴로울테니 알아서 하라고 넘길 수 있음
진모? ...소설 속 남동생이 제정신인 경우를 봤나요?
그런데 진진의 결혼 이야기...가 너무 괴로웠어요 왜일까 역시 나는 장녀 이슈로 오는 힘듦은 어찌저찌 견디지만 그들만의 호르몬 작용으로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못견디는 거겟지 응응
차라리 결혼을 할 거면 조금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나영규로 직진-!을 할 것이지 냄새나는 양말...빨 수 있을 지도? 라니까 제가 미치겠는 거에요 넌 결혼을 사랑으로 하니? 애초에 인생을 바꾸고 싶다며 열과 성을 다하고 싶은데 가장 쉽고 인생 선배들의 조언을 따라갈 수 있는 결혼을 하겠다며 근데 사랑으로? 너 너네 엄마랑 이모 못 봤어? 심지어 내 상황을 전혀 모르고 오히려 알고 있는 하나마저 거짓으로 알고있는 상대와 결?혼을?하겠?다고?지금 김장우 안진진 너네 둘 다 결혼할 상황 전혀 아니야.
제가 얼마나 괴로웠냐면요
이 책을 포기하고 넘기고 싶었고요
근데 얼마 안 남아서 차라리 다 읽고 끝내고 싶었어요
하루는 퇴근 후 책을 펼치려 했는데
내가 퇴근 직후 이 귀한 시간을 감히 안진진의 결혼대작전에 써야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어서 넘겼습니다
자 이쯤 되어서 이야기하자면
책은 나쁘지 않았어요
꽤 좋은 책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과몰입이 주특기라. 예.
글만으로 사람을 과몰입시킨다는 것 자체가 이 책이 대단한 거 아닐까요
조금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끌기 위해서 늦게나마 정리를 해볼게요
나영규는 진진의 상황을 다 알고 있었고, 안락하고 유복한 삶을 살고 있어요 어느 정도냐면 계획이 틀어지는 게 쉽지 않을 정도로 삶이 안정적입니다. 진모가 살인미수를 저지른 데 대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손을 써주고 진진을 위로합니다. 진진에게 마음을 고백합니다. 다만 진진은 잘 짜여진 그의 인생 계획에서 비워진 칸에 본인이 들어가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피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그 칸은 본인이 아니어도 누구든 들어갈 수 있을 거고, 나영규가 짜 둔 그 큰 틀에 안진진은 자신을 쑤셔넣어야 하니까요.
김장우는 진진의 상황을 전혀 몰라요. 살인미수를 저지른 동생 진모는 알지도 못하고요. 억척스럽고 가시가 삐죽삐죽 튀어나온 어머니 대신에 아름답고 우아한 이모를 진진의 어머니로 알고 있죠. 김장우의 삶은 울퉁불퉁해요. 본인 챙기기도 녹록찮은데 기울어가는 형의 가정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줘요(아니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결혼을 왜 하냐고). 하지만 진진이 사랑(.......)을 느끼고 서로의 마음도 확인을 합니다(그러니까 왜. 아니 사랑은 원래 비이성적인 거라고요? 그럴거면 생각하는 갈대 왜 하는데)
무튼 김장우는 나영규보다 자유분방하지만 상황이 그를 온전히 놔두지 않고요, 나영규는 김장우보다 여유로운 상황이지만 스스로 엄격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갑니다.
나영규의 청혼을 거절도 하고 김장우랑 결혼할 듯 상견례도 하고 하기에 그래그래 이래야 한국이지 응응 나는 이 꼴을 끝내기 전에 죽음.을 택하겠다(과장법).로 체념을 하고 있었는디요. 아이러니하게도(어쩌면 책 제목답게) 진진은 나영규와 결혼합니다. 앞선 인생 선배가 이모와 어머니였을 텐데
그리고 그 이모의 안락한 삶 끝에 이모가 내린 결론을 가장 먼저 알게된 사람이었을텐데도 말이죠
저는 나영규와 결혼하는 것이, 진진이 이모 루트를 탄다고 생각했고요
김장우와 결혼하는 것이 아버지 루트를 탄다고 생각했어요.
이모는 다정한 부자 남편을 뒀지만 지루함에 염증을 느끼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진진은 김장우와의 결혼을 밟아가던 과정 중에 이모의 자살을 겪고, 오히려 이모의 길을 밟게 되더라고요.
물론 진진의 아버지도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본인의 거대한 사랑을 못이겨서 폭력과 방랑을 일삼던 이였거든요. 다만 김장우는 진진의 아버지와 같은 이는 아니고, 진진이 김장우를 만나면 아버지의 면모를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장우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진진이 느낀 거북함, 술에 가득 취해서 했던 행동들... 진진이 어머니와 같이 겪은 폭력을 습관처럼 자신에게 가하면서 이겨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진진이 너무 큰 사랑을 마주하게 된다면 아버지에 더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흠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인데, 진진은 처음에 자신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 했잖아요
그런데 이모의 길을 유사하게나마 밟은 게, 이 다짐과 좀 상반되지 않나 싶었습니다
결국 이모는 새장 속 새로 계속 살았으니까요
이모 나름대로 열심히 살긴 했지만? 뭔가...진진의 어머니가 비꼬듯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열정적인 삶'은 아니었으니까요
사실 21세기 사람으로서 진진에게 가장 공감 못했던 부분은 '인생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하필 결혼을 택했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애인에게 위 둘의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나영규가 이성, 김장우가 감성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건데, 애인으로부터 돌아오는 답은
"결국 양다리잖아. 주인공이 제일 이상한 거 같아." 였거든요. 그리고 특정한 누군가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든 생각이, 그 갑갑한 90년대에 '감히' 평범한 여자가 결혼을 바탕으로 두 남자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당시에는 꽤 도발적인 내용이 아니었을까...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와 별개로 이 책의 제목이 왜 모순이냐...
저는 모순이라는 책 이름이 너무 의아했어요
일단 사전 정의에서 말하는 모순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물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음. 당착(撞着). 순화어는 `어긋남'.
"∼투성이의 증언(證言)"
2.
논리학
두 가지의 판단·사태 등이 양립(兩立)하지 않는 것. 예를 들면 `고양이는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동물이 아니다'라는 따위.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모순은, 전제라는 게 있어야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모와 어머니의 상황을 설명하는 초반에는 아 이 책 모든 것이 모순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모와 어머니의 과거가 곧 전제였고, 현재가 결론이었으니까요
인물들의 마음과 행동이야 모든 것이 모순적으로 흐르죠
인간이란 참 입체적이거든요
하지만 일정 부분 이상 사건이 발생하면서 계속 '이것이 모순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건이 발생하고 대응하고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는 이 과정들은 저에게 어떤 흐름이었지, 전제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어요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사건의 발생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 흘러가는 것이 삶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급류에 저는 '모순'이라는 단어가 제목까지 차지할만한 면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이 그렇게 흘러간 게 모순적인 거잖아.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흘러가는 과정 자체를 모순이라 칭하는 게 아직은 낯서네요
오히려 저는 이모와 어머니에 집중하고 서술한다면 이 책 제목이 어울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모와 어머니는 이미 쌍둥이라는 점에서 '전제'가 갖춰지니까요
결혼 하나로 너무나도 달라진 인생과 성격과 모습...제가 제일 모순적이라고 느낀 부분이었어요
어머니는 이모 네에 신세를 지면서도 수도없이 틱틱거립니다.
그리고 이모는 어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두둔해요.
나중에야 이모는 편지를 통해, 어머니의 거친 삶이 부러웠다고 하지요 잠시 자아를 좀 되찾자면 이미친부르주아발언머임?!하고 욕도 했었어요
가정폭력 피해자한테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 거에요? 싶고
제정신이냐 꽃밭도 정도껏이지 싶고
그래도 저는 이모가 나오면 좋았어요
일단 이모가 나오면 진진이의 사랑 드라마를 안봐도 됐고요
이모를 만나면서 진진이가 기뻐하고 미묘하게 안정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더랩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볼 때마다 힘들었어요
고통을 극대화해서 자신을 공격하는 것
그걸로 돌파구를 찾는 것
억척스럽게 살면서 가정을 지탱하면서도 동시에 가정을 공격하는 모습이 너무...낯설지가 않았습니다 K장녀들은 모두 이 모습을 봤을 걸요?
어머니가 실질적인 가장이란 게 어머니가 읽는 책으로 보여져서 좋았어요 결국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해결책을 갈구하는 이는 총 책임자니까요
쌍둥이로 똑같이 자란 이 둘의 달라진 방향성을 보여주는 게 제일 제목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제가 이 책에서 제일 모순으로 느꼈던 부분은 이 둘의 대비가 극명할 때였거든요.
그래서 아쉬운 면이 있어요
뭔가 진진이 시점의 이야기 갈래 중 하나로 둘의 모순이 나오지만, 부피를 더 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진모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머니에 집중되어 이모가 자동으로 떠오르기는 했습니다.
-
진모랑 아버지 얘기도 간략하게 나오는데요
뭐 그 둘한테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데요
그냥 꼴도 보기 싫어서 이 후기에는 빼렵니다
진진이야 아버지와 손 맞대던 그 순간을 그리워했고 아버지와 봤던 저녁놀을 아름답게 기억하지만
저한테는 가정폭력범이라서 어쩌라고...됩니다
뭐 사랑이 너무 커?
그래서 처자식 다 내버려두고 방랑을 해? 아니 못보겟으면 차라리 기러기 아빠를 해
그래서 처를 그렇게 폭행해? 야 너는 마동석을 너무 사랑하면 마동석도 팰 거냐? 말이 되는 소리를
그리고 진모요?
저는 장녀로서, 이 놈을 역시 청학동으로 보내야하지 않을까...싶었습니다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아 욕만 할 거 같으니 그만하겠습니다
솔직히 비둘기와 진모의 사랑
너무 꼴값이어서 둘이 결국 이어지고 내 눈에 안띄었음 했는데요
역시 꼴값은 꼴값대로 끝내야죠
근데 뭐...꼴값이라는 단어는 결국 '꼴의 값'이고
그 꼴에 대한 값어치를 한다...라는 말이니까
둘에게 꼴값이라는 단어조차 아깝지 않나 싶습니다
진모는 영화나 작작보면 좋겠고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지 않은 시절이라 차라리 다행으로 느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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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일정 겹쳐서 빠진 독서모임에...누군가 이 책을 인생책으로 선정해서 냈더라고요
그 후기가 너무 궁금했어요
왜 이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지셨나요(시비 x, 순수 궁금증 o)
아는 언니는 "어차피 인생이 모순적인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이런 방식으로 풀어낸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했어요
저한테는 이 책이 어땠냐면
활자로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구나를 깨우치게 한 소설이랍니다
별점이요? 한...3.2점 정도에요 5점 만점에
뭐 이것가지고 고통스러워하냐고요?
네 저 온실 속에 비공식 평론가 친구들이 엄선한 책만 읽은, 곱게 자란 독서가에요
무튼 이야기가 빠졌는데
한 번 쯤은 읽어볼만 하다네요
다시?는 좀...내키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으신다는데 본투비 투덜이 스머펫인 저는 이딴 후기만 남겨 유감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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