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전
이전에 분석가의 자서전 에세이인 ⌜천 개의 목격자⌟를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다. 강연을 들은 후 내가 오독을 한 부분을 발견해서...ㅎ 지금은 수정을 한 상태이나 그래도 먼저 보길 권장한다.

들은 이유
사실 기대했던 강연의 내용은 그알 유튜브처럼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이었다. 법영상 분석가를 진로로 잡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과 사용되는 지식의 차이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영상 처리 수업을 들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나는 대충 듣고 넘겼더랜다. 지금 선택한 진로와 비교했을 때 해당 과목은 관련성이 현저히 적었고, 학점을 채우기 위해 들었으며, 모두가 처음 겪은 코로나 시절이기에 온라인 강의는 흘려듣기 일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했지...그 때 수업은 c 언어와 openCV를 이용해서 레나의 사진을 흑백으로 만들고, 다른 색상으로 변환해보기도 했더랜다.
그리고 4학년 때 새로 개설된 인공지능 수업은 A 알고리즘, A* 알고리즘 등 알고리즘 위주의 수업이었다. 2학기 비전 관련 수업은 학과에서 악명이 높아 기피의 대상이었다.

과거를 후회하긴 늦었으니, 연관성이라도 지푸라기 잡듯 찾아내서 공부하고 대학원에 지원해볼 요량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법영상 분석에는 어떤 기술이 쓰이는 지 궁금했다. 유튜브를 주구장창 봤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식이 사용되는 것처럼 보였다. 분석가가 언급하는 전문 단어는 모두 생소한 것이었고, 3D를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질 개선을 위해 AI를 사용하기도 한다니, 위에 언급한 과목들이 얼마나 관련 있을 지 궁금했다.
들으면서
요즘 워낙 해당 분석가의 영상만 주구장창 본다. 분석가의 재밌는 입담에 생각지 못한 부분을 바로 잡아내는 법영상 세계의 유튜브 영상은 충분히 매혹적이다. '덕질'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오해는 말라. 분석가님에게 느끼는 오타쿠적 벅참은 없다. 무튼, 분석가의 입담은 여전했다. 휙휙, 피피티를 넘기실 때 아, 그 영상에서 했던 이야기 하려 하셨구나, 아, 그 사건 영상이다. 싶기도 하더라. 특히 조승우 배우 사진이 스쳐지나가면서 '과학적으로 일치하지 않으나 유사성은 띈다'라고 한 말이 기억나 속으로 웃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나는 단순히 0과 1의 배열로 표현되는 데이터? base64...? 이러면서 갸웃거리고 있었다. bbc 다큐멘터리의 영상이 나왔다. 공간에 빛 한 톨도 들어오지 않게 하고, 천막에 작은 구멍을 뚫으면 바깥의 모습이 상이 뒤바뀐 채 벽에 맺히게 된다. 이것이 이미지이고, 이를 기록한 것이 영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지와 영상에 관련된 이야기가 늘어졌다. 최초의 사진과 최초의 인물 사진, 1860년도 링컨 대통령의 사진이 조작이라는 것, 한강 의대생 실족 사건 관련 영상 중 일부 내용까지. 사이에는 딥페이크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이렇게 이미지, 영상은 시대에 상관 없이 오류가 발생하거나 의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기에 법영상 판독이 필요하다. 더구나 딥페이크 N번방과 같은 사건이 일상에 성큼, 다가온 오늘날에는 더더욱.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사회적 메세지를 던지는 내용이었다. ⌜천 개의 목격자⌟를 관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진실을 진실대로 말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러나 해야한다.
여러 사례를 들면서 빌드업을 쌓았다. 전 법무부 차관 김학의의 사례와 금어기 때 대게 수확 영상 사례, 그리고 마무리는 ⌜천 개의 목격자⌟ 에피소드 6의 사례였다.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지나가던 연인과 부딪히면서 피해자의 '음부를 만졌다'는 성범죄 누명을 쓰게 된다. 이로 인해 의뢰인과 의뢰인 가족은 고통을 호소했으나, 변호사는 심드렁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성범죄에서는 크게 작용하기에, 형량을 낮추는 것이 제일 우선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석가가 항의하고 법정에서 영상 분석을 설명한 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음부를 만졌다'는 공소장을 바꾼 채. 그리고 판사는 승인하게 되었고, 결국 '음부는 만지지 않았으나, 그 외 부위에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사유로 의뢰인은 성추행 미수를 받게 되었다. 경찰 공무원은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빨간 줄이 끝까지 따라다니게 되는 것이다. 분석가는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에게도 이야기하고, 꾸준히 주변에 언급하고 있으나 증거가 새로 나오지 않는 이상 재심은 불가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의 한을 풀거라는 뜻을 보였다.
이전에 들었던 강연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청취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중간에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마지막 사건에는 모두가 분노하며 공격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의뢰인이 딱해 울던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강연 중에 가장 목소리가 다양한 강연이었다. 그 점이 가장 신기했던 것 같다. 분석가는 솔직히 답했다. 항상 범죄를 다룬 영상에 있는 댓글들처럼, 강연장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법 체제의 한계를 비판하고 있었다.
사인 받았다
사인회가 있대서 어제 부랴부랴 책을 챙겨왔다. 이미 예상 시나리오도 있었다. 보통 사인을 하면 같이 적어줄 문구도 묻던데, 나는 "착하게 사세요"로 할까? 안 적으면 착하게 안 살 거에요? 라는 가상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능청스럽게 그러면 더 착하게 살 거 같아서요. 라는 대답도 준비했다. 정작 사인 받을 때 까먹었다. 그래도 책이 초판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후기
방향성이 달랐지만 전혀 아쉽지는 않았다. 조금 더 분석가의 생각을 확연하게 들을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강연을 들으러 온 것에 만족했다. 오는 11일에 선희라는 법영상 분석 소설이 출간 예정이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분석가님이 예전 그알저알에서 법영상 교과서(개론?) 책을 집필할 예정이라했는데, 이번 강연에서는 독자가 얼마나 될 지에 대한 회의가 있어 출간을 확신하진 못한다고 했다. 그 책...기다리고 있었는데...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일단 내주시면 안될까요.
처음 방문해 본 강북문화정보 도서관의 진행은 깔끔했고, 덕분에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좋았다. 이전 강연도 미리 알았으면 들으러 왔을텐데...하는 미련도 조금 있었다. 시설이 좋고 앞으로 행사도 궁금하여 다음에도 방문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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