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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

촬영하다

by 그것_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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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기를 죽였다.

비록 내가 마라탕을 먹는 사이 두 방을 문 건 전혀 다른 놈이지만

마주친 놈도 똑같이 할 거 같아 미리 죽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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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특별한 일정이 있었다. 문주님의 요청으로 일일 사진 기사가 된 것이다. 저를 믿으시나요? 믿으신대. 어라? 그래요...하고 참여하게 된 이 상황. 그래도 제품 촬영이고 이거 텀블벅에 올라갈 건데...미리 훈련이나 예습 해놔야겠다. 라고 다짐을 한 달 전에 했더랜다. 그러나 알지 않는가.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미루다가 오늘이 되었다.

 

참 사람의 앞날은 웃기지 않은가. 나는 인생샷이 싫다. 그게 사람들을 망쳤다며, 얼마전에는 구구절절 블로그를 쓰다가 스스로의 추함에 글을 내리기도 했다. 인생샷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오히려 사진사를 자초한다. 빨리 찍고 끝내기 위해서다. 마치 알베르 카뮈가 에펠탑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에펠탑이 안보이는...에펠탑 밑의 식당을 매일 갔듯이 말이다. 이유는 여기서 생략한다. 티스토리 데이터베이스 수명만큼 내 찌질함을 남기고 싶지 않다.

 

 장소는 을왕리 해수욕장이었다. 요즘 팬레터 2부 해진 선생마냥 골방 안에 들어서 타자만 치고 있으니 한번 바람이라도 쐬고 싶었다. 그래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후, 바다를 서성거렸다. 그런데 맞은 편 갈매기들도 데칼코마니마냥 서성거리더라. 이 어색한 분위기. 대학시절 할 수 없이 신입생 환영회에 투입된 내향형 복학생들마냥 우리는 그렇게 멀리 떨어졌다. 갈매기들은 무슨 고양이처럼 눈치를 봤다. 나에게 새우깡이 있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적어도 광안리에서 본 애는 물 위를 샤브샤브처럼 떠다니면서 미역을 냠냠 먹고 있었는데, 얘네는 자릿값을 요구했다. 눈칫밥으로 말이다. 가히 그 모습을 새우깡먹음이로 칭해도 될 법 했다. 하지만 너네는 야생조류잖니? 바다를 보러 왔더니 갈매기만 보고 돌아왔다.

 

왼쪽은 광안리에서 본 갈매기. 연안에 꽤나 가깝게 있고, 그 위를 평온하게 앉아있다. 저 상태로 바다 안에 있는 미역을 건져먹었다. 오른쪽은 을왕리에서 본 갈매기다. 썰물 상태의 바닥에 서있고, 각도 별로 사진이 찍혀있다. '겁 좀 있어주면 안될까'라는 문구가 있다.

 

 

 촬영은 재밌었다. 모델분은 멋지게 한복을 차려입고 오셨으며, 그 분을 기준으로 포즈를 문주님과 제시해가며 찍었다. 혼자서 들고 온 소품으로 꾸미기도 해보고, 파도의 거품을 담고 싶어 혼자 이리저리 뛰기도 해봤다. 항상하는 취미 촬영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평소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 저거 1:1 비율로 찍어놓으면 예쁘겠다, 싶은 것들을 찍는다. 그렇게 지나가면서 빠르게 한 장 찍고 만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초 미만이다. 건지면 오케이고 못건지면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간다. 그러나 제품 촬영은 다르다. 얘를 어떻게 온전히, 그리고 예쁘게 사진을 담을까? 였다. 문제는 요즘 내 사진 취향은 갤럭시 필터로 색감을 완전히 압도한 상태로 내보내는 데에 있었다. '온전히'라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깨작깨작 보정 중인데...이제 슬 컴퓨터 포토샵을 건드릴 때가 왔구나, 직감하고 있다. 중앙 문양이 잘 보였으면 좋겠는데...생각보다 선명히 나오지 않았다. 특히 갤럭시의 문제는 잘못 보정하면 그것만큼 짜치는 게 없다. 특히 선명도를 과다하게 올려버리면 별로 좋지 못한 효과가 난다. 그러나 명료도를 올려도 문양이 확실히 보이지 않았다. 가장 큰 딜레마이다. 물론 1000장 찍어 1~2장 건진다지만...기왕이면 다 건드려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꼽은 최고의 촬영은 역시 카페 안에서 찍은 것이다. 한복과 악세사리만큼 배경이 화려하다. 포즈를 간단히 잡아도 된다. 그러나 적당히 그늘져서 선명하고, 자연광이 들어와서 색감이 예쁘다. 보정이 전혀 필요없다. 보자마자 셋이 신나서 바로 글도 쓰고 캔바로 편집도 하고, 그랬더란다. 카페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낼걸하는 아까움이 있다.

 

사진...다시 슬쩍 보고 있는데 아까운 것도 많고, 꽤 뿌듯한 것도 많고 그렇다. 이 취미가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는데. 다음 기회도 있으면 좋을지도? 그런데 돈은 받?아도 될 지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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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안 가도 된다.

황민구 소장님 강북에서도 강연하신다길래 신청하고 왔다.

책 읽으면서 질문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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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 통해서 외국인 친구를 둘이서 서울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챗지피티 유료를 미리 끊어놔야할까.

여태까지 무료로 버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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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오늘은 강아지의 날일까.

 

바닷가에 많은 강아지들이 있었다. 근처에 커다란 불독? 비스무리한 친구가 짧게 묶여있고 간혹 짖었다. 보아하니 잠시 집사님이 어디를 들렀어야 했던 모양인지, 시간이 지나고 다시 가니 보이지 않았다.

 

카페에 갔을 때도 강아지가 있었다. 비숑 소금이와 비숑 순돌이...특히 소금이는 그냥 테이블 사이 막 뛰어다니더라. 몰랐는데 밑에 손 내려서 냄새 맡게 해주면 무한 쓰다듬이 가능하다. 순딩이들.

 

그리고 돌아오던 길에 산책 나온 강아지가 있길래 평소대로 웃어보였는데, 이 똑똑한 강아지는 나에게 곧장 안겼다. 뽀뽀도 무한정으로 해줬다. 안타깝게도 내가 마라탕을 먹고 나온 직후라 걱정되어 받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열심히 쓰다듬어줬다. 계속 무릎에 발도 올리고, 꼬리도 와방 흔들어줬다.

 

강아지는 쓰다듬어줄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옥희...그러니까 사촌 오빠네 고양이님께서는 일단 오면 신나서 비비적거린다. 그리고 볼이랑 머리 위를 살살 긁어주면 어느 시점부터 때리고 깨물기 시작한다. 피하면 도도하게 가버린다. 그러나 물릴 것이 두려워 영 시원찮게 긁어주면, 그 상태로 그대로 토라진다. 이제 이 때부턴 뭘 해도 손을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양이는 고양이님의 명시적인 허락이 필요하다. 나는 이에 익숙하다. 강아지들은 정말 다르구나. 오늘 새삼 느꼈다.

 

어릴 적 외가 가족들은 '똥강아지'라는 애칭으로 애기들을 불렀다. 항상 우리 똥강아지~하고 부를 때 활짝 웃던 이모, 엄마, 조부모님이 생각난다. 참 그 단어의 어원에 대해서 이해를 못했는데, 오늘 만난 아이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기껏해야 내 무릎보다 살짝 위로 올라올 것 같은 키, 부모님이 추위에 대비해 입힌 살짝 큰 아우터에 둘러쌓인 이 호기심 많은 똥강아지는 카페를 내내 돌아다녔다. 손에 들고 있는 건 계속 바뀌었다. 근처 숙소의 카드 키, 휴대폰도 한번 들고 돌아다녔고...이 귀여운 똥강아지는, 내가 한번 웃으며 인사를 했다는 이유로 손에 들고있는 물건이 바뀔 때마다 카페를 한 바퀴 돌면서 나에게 왔다. 특히 어디서 들고 온 과자를 나에게 내밀 때 이 찬란함에 너무 울고 싶었다. 회의를 해서 어른답게 참았다. 만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닌데, 이 친구는 웃을 수 있는 최대의 웃음을 짓고 나에게 머뭇머뭇 다가왔다. 아...지금 가진 무언가를 건네주고 왜 이렇게 예쁘게 웃냐며 같이 미소지어 보이고 싶었지만, 아직 나는 아이가 어색한 지라 표현이 온전히 전달 되었는 지는 모르겠다. 애기 정말 예쁘게 웃었는데. 정말 예쁜 아이였는데. 그만큼 이 세상이 그 아이에게도 다정했으면 좋겠다.

 

 이제 돌아오는 길에 공항 버스를 탔다. 낡고 지친 몸뚱아리...nn년 가량 사용하여 이제 AS도 되지 않는 이 육신을 간신히 뉘고 나는 잠을 청했다. 하지만 조잘조잘 들려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공항 버스는 배차간격이 80분 가량이더라.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려고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타신 것이다. 양갈래한 아이는 내내 엄마에게 말을 걸었다. 막 얼굴을 작은 손으로 찌그러트리기도 하고, 별 거 아닌 말에 깔깔 웃어 넘어갔다. 되게 사소한 것을 캐묻기도 했다(자기 콧구멍 보이냐고 한 세 번 물었던 거 같다). 버스를 타는 내내 아이는 쉬지않고 조잘거렸다. 이 이모는 한 시간을 못 버텨서 사망과 부활을 하고 왔는데, 어머니는 계속 이야기를 받아주고 아이는 계속 웃었다. 버스에서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그 이후부터 계속 둘을 곱씹게 된다. 아이랑 어머니 잘 들어가셨을까, 아이는 그 후로 얼마나 더 웃었을까.

 

발랄하고, 사람 좋아하고, 사고도 치며 맹랑한 이 순수들을 엄마는 똥강아지라는 표현으로 응축했구나, 싶더라. 참 동물도 싫어하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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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피크민!!!!!!!!!!!!!

김포 공항을 만일 지나게 된다면 반드시 모종 서치를 킬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대신에 인천 공항을 지났다.

그래서 모종 서치를 켰으나...

그리고 거기 머무르며 꽃도 심고 열심히 했으나...

공항 데코 피크민을 전혀 얻지 못했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운빨로 세상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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