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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블완

원하지 않는 나의 원수

by 그것_ 2024.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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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노로 글을 쓴다.

또 다시 천연 알람이 나를 깨웠다.

 

자연에서 발생했다.

여건만 충족한다면 시도때도 없이 나타난다.

그러나 등장 조건을 모두 방지할 수는 없다.

살아 움직이는 생명에게는 모두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에게 '모기'라는 이름을 붙혔다.

 

오늘 오전, 가려움에 의식이 깨고 귓가의 소리로 눈이 떠졌다. 왜 이 놈들은 익명성이라는 것을 안지키는 걸까? 피를 빨아먹고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거야 그럴 수 있다. 어떤 생명체가 다른 생명에게 일절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나. 그럼 fxxking 본인의 주직이 암살이라는 것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왜 잠까지 깨우냔 말이다. 필자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이것이다. 간지러움만으로도 의식은 깬다. 잠결에 상황 판단이 되지 않고, 몸이 무거워 대처가 늦어지면 물린 곳은 피바다가 된다. 그런데 소리까지? 꼭 이 xx들은 귀를 스쳐지나간다. 아주 그냥 그게 관례인 듯, 도시에 들어오려면 IC를 지나야하는 듯 말이다. 일종의 인사인걸까? 오늘 밤 당신의 잠을 깨우겠습니다~ 뭐 그런 걸까? 아~주 예의 바른 놈들이다.

 

감히 일개 인간, 더구나 환경 파괴의 주범인 인간에 속하는 내가 모기의 멸종을 바라도 될까?

그래서 모기의 장점을 찾아봤다. 자연은 정말 기깔나는 밸런스 게임을 창조해놨다. 나는 이것을 생명다양성이라고 부른다. 역시나 모기 또한 이 게임에서 절대적인 'NO'에 부합하지 않는다. 많은 생명을 또 배불리 먹여 살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엔 내 기여도 있으니 뿌듯해해야하나? 하하.

 

더 찾아보니 모기는 잡아먹히기 쉬워 다른 천적들에게 먹이가 되어준다고 한다. 그럼 내가 들은 이 천연 알람들은 모두 모기의 플러팅이었던걸까? 나를 잡고 생명다양성을 높여요, 뭐 이런 거였을까?

하하.

 

하하...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나의 기분상해죄임을 안다.

그러나 태어난 이래로 지금까지 고통받았으니 블로그에 글 쓰는 정도는 봐줬으면 한다. 나는 항상 친구들 사이에서 '같이 있으면 모기 안 물리는 애'로 통했다. 어느 날 가족여행에서 간 바닷가에, 하룻새에 30방을 물리는 기염을 토했다. 사람의 몸엔 5L 가량의 피가 있는데 일평생 5L 이상의 피를 모기에게 기부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리고 방금, 익명의 천연 알람이 또 다시 3ml 정도 잡수시고 가셨다. 부위도 다양하다. 미친. 방어 철이라던데 한식대첩2에서 제주도가 방어 부위별 11가지 코스 회 요리를 선보인 것마냥 모기는 나를 아주 그냥 부위별로 코스로 즐겼다. 내가 모기대첩 재료라니. 미칠 노릇이다.

 

그렇기에 모기만 보면 말벌 아저씨마냥 쫓아가는 성향이 있다. 애인은 놔두라고 하지만, 나는 그들의 종에 뼛속깊이 새겨진 원한이 있다. 어디 한 번 안잡아나 보자. 가만히 있어보자, 라는 마음에 애인네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이게 왠걸. 천장에는 무려 5마리가 앉아있었다. 그들은 곧 달려들 암살자처럼 틈을 노리고 있었다.

애인은 잡지도 않는다.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키우는 애들이야?"

"아니."

"잡게해줘."

"안돼."

 

결국 나는 애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모기 멸절의 춤을 췄다.

이후 모기향을 피우고 1시간 이후 잠에 들 수 있었다.

 

이것도 예전 얘기.

사람은 결국 진화한다. 그래, 인류는 진화한다고 fxxking 모기 xx들아. 요즘은 일부러 샤워하고 문을 열어둔다. 거실은 어둡게 유지한다. 그럼 빛과 습도 때문에 모기가 화장실로 몰리게 된다. 이 때 꺼내는 것이 발을 씻자이다. 아주 탁월하다. 명중하면 그 상태로 즉사. 아니어도 날개에 묻으면 힘없이 떨어진다. 이 방법으로 나는 11월 11일 1시간 동안 빼빼로 대신 모기 4마리를 일렬로 줄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감이 좋은 놈들은 오지 않는다. 그러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풀이 춤을 추는 것이다. 약간 젖은 수건을 휘두르며, 혹은 스스로 미끼가 되어 언제 오는 지 호시탐탐 때를 노린다.

 

부디 오늘 이후로 마주치지 말자. 모기놈들아. 너네 알고보니 선량한 어쩌고인 거 알겠으니 나한테만 오지 말라고. 오늘도 모기향에 리필을 끼운다.

 

근데 와중에 또 물린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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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 억울해서 덧붙이는데

잘 씻고 다닙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저의 청결 경력.

 

- 1일 1회 이상 샤워 필수. 샴푸와 바디워시 외 자기 관리를 위한 린스, 트린트먼트 등 지참.

- 비누가 작용하려면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미용사분과 스몰토크를 통해 모든 과정은 일정 시간 숙성 후 꼼꼼히 헹굼.

- 밥 먹고 양치하기 지향. 매 양치마다 치간칫솔, 치실

 

이런 걸 왜 해명하고 있어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