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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잇가에 이는 바람에도 개예민한 사람이다.
원체 예민하고 싫은 것도 많은 인간인데 환경과 근육 부족 이슈로 더더욱 예민해졌다.
하지만 둥글둥글하게 살아야겠지...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다정은 체력이며 모두들 각자의 힘듦을 안고 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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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루틴으로 박혀버린 것 중 하나는, 한창 일을 하고 지쳐서 유튜브 숏츠를 보는데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0개의 영상 중 15개의 영상을 관심없음 또는 채널 추천 안함을 체크하는 것이다. 대상은 다음과 같다.
1. 시청자에게 말 거는 영상
2. 수익성을 목표로 하는 게 눈에 보이는 영상
3. 원작자의 허락 없이 자신의 해석과 자막, 원작자 아이디만 적어놓고 무한 숏츠를 양성하는 계정들
4. 손톱으로 물건을 두드리거나 비닐을 부스럭 거리거나 일부러 소리를 내는 아이캐칭 들어간 영상
5. 방송 녹화본이 아닌 영상 한정, 사람 얼굴 나오는 영상
6. 정보성을 띄면서 주제와 상관 없는 사담 들어가는 영상
7. 영상의 피사체가 자신이 유튜브 영상에 찍히고 있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 영상
8. 싫어하는 연예인이 나오는 영상
9. AI 영상
모든 유튜버가 한 가지 속성으로 정해지지 않을 테다. 즉 한 유튜버가 위의 여럿 속성을 지닐 수도 있을 것이고, 위 속성 중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나열해보았다. 적고 나니 어지간히 꼬여있는 사람이 아니다. 덕분에 유튜브를 남들보다 덜 보니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걱정할까봐 이야기하는데, 사회생활 잘 하고 산다. 애초에 나는 내가 싫다는 이유로 꼬장을 부릴 정도로 체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좀 덜 마주치자는 거지. 그들이 취향인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들 또한 자신을 싫어하는(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과 마주쳐서 인상 쓰기 싫을 것이다. 그러니 유튜브는 제발 채널 블락 기능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관심없음과 채널 추천 안함으로도 계속 벽이 뚫린다. 나는 나를 안락한 감옥에 가두고 싶다. 내가 엄선한 알고리즘 내에서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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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뭘 보냐? 라는 질문이 나올 것이다.
주로 동물 영상이나 강연 등을 위주로 보고, 그 사이사이에 노래를 듣는다.
동물 영상은 이제, 기본적으로 고양이 영상이나 쪼꼬미 동물병원 등, 중간에 탐조 영상을 보기도 하고, 가끔 사슴 농장 같은 데서 라이브 킨 걸 본다. 혹은 고양이들 전용 영상도 본다. 새랑 다람쥐 나와서 밥 먹고 가는... 그건 또 시간이 기니까 다 본 적은 없다.
요즘은 앵무새 영상을 본다.
이 조그만한 생명체가 언어를 이용해서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공허한 맑은 눈으로(이 자체가 역설적이지만) 광기의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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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앵무새 카페를 갔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많은 앵무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나 말고, 운동화 끈이.
내 양 발에 5마리의 앵무새가 달려들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신발끈을 그들은 물어뜯고 싶어했다.
이미 종이 빨대는 기깔나게 조사놨다. 친구에게 줄 가챠 캡슐에 붙어 있던 테이프는 이미 명줄을 다 해서 치워놨다.
한 시간 동안 앵무새의 애정 표현을 지켜본 결과 편향적인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앵무새는 왜 하얗고 길다란 물체에 집착을 하는 것인가.
그들에게 운동화 끈은 공공의 적인가 공동의 목표인가 아니면 애착의 대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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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AI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하는가?
설령 그런 불안을 갖고 있는 이가 있다면, 다음 사진을 보여주어라.
일단 변명부터 하겠다. 위의 글을 보다시피 다음 내용이 있다.
한 시간 동안 앵무새의 애정 표현을 지켜본 결과 편향적인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앵무새는 왜 하얗고 길다란 물체에 집착을 하는 것인가.
그들에게 운동화 끈은 공공의 적인가 공동의 목표인가 아니면
여기서 아니면 뒤에, 사랑을 뜻하되 공공/공동이라는 단어가 앞서 나왔기에 공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라는 바램이 있었다.
그 검색 결과를 AI가 저따위로 준 거다.
다시 말하지만,
참 모순적이게도 지금 GPT의 답을 기다리면서 이 글을 적고 있지만,
AI는 결코 똑똑하지 않다.
걔가 똑똑하려면 사용하는 사람이 똑똑해야한다.
그리고 나는 구글 검색 AI에 의해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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